Kebee《세 장의 편지》[MP3_LRC]

[00:00.00]90听音乐网 www.90T8.com  [00:00.49]08 3장의 편지 [00:00.74]누나 [00:01.54]어제 형부에게 연락이 왔어 [00:03.65]인영이 출산했다고 [00:05.02]그 말에 감이 잘 안와서 [00:06.85]잠시 머뭇했는데 [00:08.13]예쁜 딸을 낳아서 [00:09.49]기쁘다는 형부 목소리에 [00:11.15]정신이 돌아왔어 [00:12.41]축하해 누나 [00:13.32]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[00:15.08]아직은 낯선 조카님께 [00:16.57]예쁘게 포장한 선물을 주고 [00:18.61]내가 당신의 삼촌이라며 [00:20.19]안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[00:22.08]상상을 해봤어 [00:23.28]아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[00:25.55]인영인 당연히 고달팠던 [00:27.32]누나 인생의 낙이라서 [00:28.98]공부 잘 하고 [00:29.68]예쁜 딸로 키우고 싶은 욕심 [00:31.90]나도 이해해 [00:32.98]아마 지금쯤 몹시 [00:34.51]바쁜 스케줄로 육아책 이라든지 [00:37.11]아니면 자기 딸에게 [00:38.32]입혀줄 옷을 고르며 [00:39.68]즐거워하고 있을 거야 [00:41.53]그런데 있잖아 [00:42.80]이것만큼은 잊지 않아줬으면 해 [00:45.01]인영이를 키울 때 [00:46.40]그저 누나 욕심에서 비롯된 [00:48.19]강요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[00:50.36]이를테면 [00:51.10]인영이를 늘 옆에 끼고서 [00:53.13]누나의 못 이룬 꿈이나 [00:54.54]능력을 바라는 것 [00:56.03]행여나 흥미 없어하는 딸을 [00:57.96]울려가면서 학원에 굴려댄다는 [01:00.29]말은 들려오지 않길 [01:01.72]진심으로 바래 [01:02.95]새로운 생명과의 [01:04.26]성장을 기원하며 [01:05.56]현명한 어머니인 누님께 [01:07.22]동생 이삭 [01:29.33]음 그저께 인영이를 만났어 [01:32.25]아니 대체 뭐가 부족해 [01:33.75]과외를 4개씩이나 해 [01:35.03]이른 아침부터 무섭게 [01:36.43]인영일 깨워 [01:37.48]학원버스에 태워 보내는 [01:39.05]누나 모습이 뻔히 보여 [01:40.62]하 그늘진 인영이 얼굴도 말야 [01:43.06]넌 몰라서 하는 얘기다 [01:44.42]요즘 애들이 어떤데 [01:45.85]이렇게라도 안하면 [01:46.97]남보다 뒤쳐질까 걱정 돼 [01:48.64]보니까 지금 시작하는 게 [01:50.03]빠른 게 아니더라 얘 [01:51.81]그게 정말 자식을 위하는 [01:53.52]부모의 맘일까 [01:54.48]아님 혹시 누나 욕심을 [01:55.96]채우는 판단일까 [01:57.41]그저 답답하니까라고 말하는 [01:59.23]당신의 어깨는 왜 그렇게 [02:01.05]무겁게 보이는 건데 [02:02.93]정말 누나 뜻대로 [02:04.06]인영이가 잘 되서 한국에서 [02:05.98]손꼽히는 대학에 합격했어 [02:08.12]근데 그 다음은 [02:09.47]누나의 마흔은 딸자식을 향한 [02:11.59]희생으로 남김없이 소멸됨으로 [02:13.82]이런 당신을 보면서 [02:15.07]나 스스로에게 되물어 [02:16.46]훗날에 내 아이에게 [02:17.90]어떤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걸까 [02:20.19]무조건 많은 걸 강요하는 [02:22.11]가르침이 옳지 않은 길임을 [02:24.22]나는 이미 알고 있지만 [02:25.87]또 내 욕심을 따라서 [02:27.20]자식을 키우지 [02:28.28]않을 것이라고 믿지만 [02:30.30]때때로 내 바램대로 커주지 않는 [02:32.81]자식에게 실망할까봐 [02:34.27]나도 그게 괴로워 [03:04.43]여보세요 어 형부 [03:08.50]무슨 일 있어여 [03:09.63]목소리가 왜그래요 [03:12.72]네 [03:17.53]인영이가요 [03:19.51]아 누나 오늘 같은 날 [03:21.77]누나 곁에서 [03:22.53]함께 울어주지 못해서 [03:23.84]미안한 맘 뿐야 [03:25.35]내일 새벽 기차가 [03:26.77]이 곳으로 도착하는 대로 [03:28.29]출발할 테니까 [03:29.33]영안실에서 만나자 [03:31.33]많이 아프지 [03:32.48]아직 그 곳에 가보진 못했지만 [03:34.26]누나 까무러친 얘기는 들었어 [03:36.29]형부 목소리도 말이 아니더라 [03:38.38]다들 어서 [03:39.07]기운들 차려야 할 텐데 [03:40.67]그러고 보니 벌써 [03:42.11]20년쯤 흘렀네 [03:43.65]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[03:45.30]인영이를 건네받던 그 때 아 [03:47.33]인영이가 성적표를 [03:48.55]건네받던 그 때와 [03:50.02]모습이 겹쳐지는 건 대체 왜야 [03:52.86]아마 인영이가 제일 [03:54.51]힘들었을 거야 [03:55.71]세상의 요구에 짓눌려 [03:57.29]비틀어 쓴 서약 [03:58.46]반 친구들보다 점수가 [04:00.09]뒤떨어져서야 느꼈겠지 [04:01.92]난 세상 끝으로 [04:02.87]미끄러지는 거야 [04:04.09]좋은 대학 좋은 직장 [04:05.60]좋은 결혼 좋은 노후 [04:07.25]평안이란 허울을 [04:08.31]뒤집어 쓴 그 모두 [04:09.50]그 모든 관념 속에 눈이 먼 채 [04:11.68]우린 언제나 같은 그림만을 [04:13.49]바라보면서 재촉해 [04:15.17]인영이가 그리던 꿈은 [04:16.56]무엇이었을까 [04:17.52]어쩌면 단지 숨을 쉬고 [04:19.09]싶었을지도 몰라 [04:20.37]오 누나 이제 그만해도 돼 [04:22.92]서로를 지치게 만든 [04:24.51]세월을 다 떠나보내 [04:26.26]부질없는 꾸지람에 울지 않던 [04:28.31]인영이 [04:29.01]옥상 끝에서 [04:30.11]아래를 내려다봤을 인영이 [04:31.95]누나의 인영이 [04:32.97]또 우리의 인영이 [04:34.65]우리의 인영이 우리의 인영이